간 건강정보 | 건강한 간을 지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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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rmkorea 작성일07-11-06 17:55 조회7,81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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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별주부전을 보면 주색에 빠져 중병에 걸린 동해의 용왕이 특효약이라는 토끼의 생간을 구하기 위해 별주부(자라)를 세상에 보내 토끼를 유인해온다. 토끼는 함정에 빠진 것을 알고는 간을 바깥 세상에 빼 놓고 왔으니 가서 가져오겠다고 기지를 발휘해서 용궁을 도망쳐 나온다.
이 설화는 간에 대한 재미있는 화두를 던져준다. 주색에 빠져 중병에 걸리면 생간이 특효약인가? 동물이 간을 빼 놓고도 살 수 있을까? 상식적인 얘기지만 주색에 빠지면 간이 나빠진다는 것은 옳다. 그러나 생간을 먹어서 간질환을 치료할 수는 없다. 생간에 간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들이 있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치료제로서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며 오히려 기생충 감염 등 부작용만 일으킬 위험이 높다.
그럼 사람이 간 없이 살 수 있는가? 위는 다 떼어내도 웬만큼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고 좌우에 두 개를 가지고 있는 폐, 신장은 하나를 떼어내도 살 수 있지만 간 없이는 살 수 없다. 간이식을 하는 동안 간이 없는 상태로 견디는 시간은 3시간 정도다. 이렇듯 간이 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간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5,000가지 이상의 중요한 기능들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은 우리 몸의 국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섭취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의 영양분이나 비타민 등은 필요한 만큼 사용되고 여유분은 저장된다. 간은 이 과정을 총괄하는 사령관의 역할을 한다. 또한 지방을 소회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담즙을 만들어 배출하는 것도 간의 역할이다. 약물, 호르몬 등의 물질들은 간에서의 대사과정을 거쳐 기능의 하게 되고 역할이 끝나면 소변이나 담즙의 형태로 배출된다.
간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는 해독작용이다.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거나 체내에서 독성 물질이 생성되었을 때 대사과정을 통해 해독시키는 기능을 한다. 국군이 외침으부터 나라를 지키듯 간은 우리 몸을 내·외부의 독성 물질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간염과 간암
간에 손상을 일으키는 많은 원인들이 처음에는 간염의 형태로 간질환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 간염을 유발하는 원인중 가장 심각한 것은 간염바이러스다. 병원에서 간염으로 진단받은 많은 환자들이 자기는 전혀 술을 먹지 않는데 어떻게 간이 나쁠 수 있냐고 의아해 하지만 실제 간염의 주범은 간염바이러스인 것이다.
간염바이러스는 A, B, C, D, E형이 있지만 만성 간염을 일으키는 것은 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다. 간염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급성 간염이 먼저 생기고 이중 B형의 10%, C형의 50% 정도에서 6개월 이상 간염이 지속되는 만성 간염으로 진행된다. 만성 간염의 반 정도가 간경변증(간경화)으로 진행되고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20-30년 동안 지속된 후 일부에서 간암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은 서로 다른 별개의 병이 아니라 하나의 원인에 의해 생긴 간질환이 진행되는 단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간암은 이러한 간질환의 최종적 단계이면서 가장 무서운 병이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들의 완치율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완치율이 낮은 것은 간암이 말기에 이르도록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말기에 진단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간암이외의 다른 암들은 암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을 따로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간암은 B형 혹은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해 만성 간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고위험군이므로 조기 진단을 위한 검진의 뚜렷한 대상이 된다. 고위험군에 대한 검진은 6개월마다의 간 초음파검사와 알파태아단백검사를 하면 되는데 검진에 의해 발견되는 조기 간암은 완치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정부에서는 우리나라에 흔한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을 대상으로 국가암검진사업을 시행해 왔으며 2003년부터는 간암도 추가해 실시하고 있다. 의료급여 대상자와 건강보험 대상자 중 소득이 적은 하위 30%에 속하는 40세 이상의 대상자들은 무료로 간염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할 수 있고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주기적인 검진까지도 제공하고 있으므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간은 한국 남성의 콤플렉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간질환의 비중이 크다. 2002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남성 사망원인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간질환, 교통사고의 순이다. 이중 간질환은 40대 남자에서 암에 이어 2번째 사망 원인이 되고 있다. 가정에서의 책임이 크고 한참 왕성한 사회활동을 할 나이에 간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간질환이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심각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B형 간염바이러스의 세계적인 유행지역이라는 점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 정도가 B형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때는 보유자가 10%에 이르렀으나 1983년에 시작된 백신 접종과 수혈에 의한 감염의 차단 등의 효과로 최근 5%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나 아직 불명예스럽게도 세계적인 B형 간염바이러스 유행국가로 분류된다.
간질환과 관련한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바람직하지 못한 음주문화에 있다.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셔야 남자답고 사회생활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대우하는 분위기가 문제다. 폭탄주를 계속 돌려 쓰러지는 사람이 생길때까지 술을 강권하는 음주문화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폭탄주를 10잔씩 마시고도 늠름한 사람도 있을 수 있는 반면 이 정도 마셔서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사람도 있다.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여 주량만큼 마시도록 하고 서로 대화하고 즐기는 음주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내 간의 건강지수는? - 간을 점검하는 방법
많은 사람들이 간 건강에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워낙 간환자들이 많고 어쩌다 직장에서 신체검사를 해보면 간기능 이상이 있다는 판정을 받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간질환이 여성들에게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간질환의 발생빈도는 남성에 비해 훨씬 적고 같은 간질환을 가진 경우에도 간암 등 심각한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적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할 정도로 병이 심각한 상태에서도 자각 증세가 없는 편이다. 심한 피로감, 소화불량 등이 간염 환자에서 주로 나타나는 증세지만 이런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간염환자가 아니므로 간염에 특징적인 증세는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증세가 생겨 병원을 찾기보다는 대체로 30세 이상의 성인이나 가족 중에 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일단 간에 대한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현명하다.
간에 대한 검진 시에는 의사의 진찰과 혈액검사, 간염바이러스 검사, 초음파검사 등이 포함되는데 사소한 이상이라고 여겨지더라도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여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중에는 GOT, GPT 같은 간기능검사의 결과에 매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간경변증에서는 수치가 오히려 간염의 경우보다 떨어지는 등 어느 한 가지 검사 결과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자가진단에 의존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내 간에 대해 챙겨야 할 사항들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는 않는가?
간을 점검하는데 가장 핵심사항은 B형 혹은 C형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하는 것이다. 이 사항은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데 흔히 항원이 있다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정확히는 B형 간염바이러스의 표면항원(HBsAg)이 양성이라면 B형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B형 간염바이러스 표면항체(HBsAb)가 양성이면 과거에 B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이 있었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면역기능이 작동하여 이겨냈거나 간염백신 접종에 의해 항체가 생긴 경우라 할 수 있다. C형 간염바이러스는 항원을 직접 검사하지 않고 항체를 검사하는데 C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양성이라는 것이 B형에서와 같이 면역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C형 간염바이러스가 있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니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으면서 건강한 바이러스 보유자도 간혹 있을 수 있지만 만성 간염, 간경변증 등의 상태일 가능성이 크므로 주치의를 정해 치료를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유의사항은 검진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간질환 환자들이 장기간의 병원 출입에 염증을 느끼고 중간에 검진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정기검진은 간암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므로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건강한 내 간 지키기
건강한 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몇 가지 유의사항들을 잘 지켜야 한다.
B형 간염바이러스 예방접종을 한다
간염바이러스 검사에서 B형 간염바이러스 표면항원, 항체가 다 없는 사람들은 간염백신의 접종 대상이 된다. 아이들의 경우 출생 후 예방 접종계획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대로 접종하면 된다. 그러나 어머니가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인 경우는 분만하는 그 자리에서 즉시 백신과 면역글로부린 주사를 맞혀야 하므로 사전에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간염백신을 접종하면 간염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B형 간염에 대한 백신접종이 모든 간염에 대한 것은 아니며 접종을 하더라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백신접종을 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간염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는 생활 습관을 버린다
과거에는 주사, 수혈 등을 통해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1회용 주사기를 쓰고 수혈 시에 사전 점검을 하면서 이들 감염경로의 위험이 많이 줄어들었다. 요즘은 다른 사람의 체액과 접촉하는 경로로서 침, 문신, 면도기를 나누어 쓰는 일 등이 가능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최근 마약 중독자들에게서 간염바이러스 감염자가 증가하는 것은 이들이 일부러 한 주사기로 여러 사람이 나눠서 마약을 맞는 행태와 연관된다고 한다.
적절한 음주 습관을 가진다
간에 부담이 가지 않는 음주량은 어느 정도일까? 소주의 경우 남자 4잔, 여자 2잔, 맥주로는 남자 2,000 cc, 여자 1,000 cc 정도다. 여자의 경우 권장량이 남자의 절반인 것은 알코올 처리과정에 관여하는 위장의 알코올 디하이드로게네이즈 양이 남자의 절반 정도라서 알코올 처리 능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존재하므로 남자보다 술이 센 여성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권장량의 몇 배를 마시고도 멀쩡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술 마시는 양도 중요하지만 회수도 문제가 된다. 음주 회수는 일주일에 2회 이하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에 3-4일간의 휴식기를 주어 술로 인한 손상에서 회복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약물복용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모든 약이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별 생각 없이 복용하는 간단한 진통제도 장기 복용을 하거나 양이 지나치면 독성 간염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건강 관행중 하나는 무엇을 먹어 내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믿거나 병이 있는 경우 병원에서의 치료이외에 무엇인가를 먹어야 빨리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시중에 떠도는 민간처방 중에는 치료 효과가 없을 뿐 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해독을 책임지고 있는 간이 견뎌내지 못하고 독성 간염을 일으키면 정작 받아야 할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속수무책인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남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조언한 결과가 상대방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섣부른 조언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나오며
자신의 간 건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듯이 본인의 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것을 권한다. 지방간, 간염, 간경변증 등의 간질환이 있어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으며 가장 무서운 간암도 조기 발견되면 완치의 기회가 높다.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한다고 간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간이 알코올을 천천히 분해하는 신중한 성격을 가졌을 뿐이다. 술을 많이 먹을 수 있다고 무절제하게 마시는 사람들이 오히려 간을 망치는 경우가 더 많다.
간염바이러스에 대해 대비하고 적절한 음주 습관을 가지는 등 자신의 간 상태를 정확히 알고 관리하는 자세를 가지면 대한민국 남성들이 간 콤플렉스에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출처 : 김창민 박사/국립암센터 연구소 소장
별주부전을 보면 주색에 빠져 중병에 걸린 동해의 용왕이 특효약이라는 토끼의 생간을 구하기 위해 별주부(자라)를 세상에 보내 토끼를 유인해온다. 토끼는 함정에 빠진 것을 알고는 간을 바깥 세상에 빼 놓고 왔으니 가서 가져오겠다고 기지를 발휘해서 용궁을 도망쳐 나온다.
이 설화는 간에 대한 재미있는 화두를 던져준다. 주색에 빠져 중병에 걸리면 생간이 특효약인가? 동물이 간을 빼 놓고도 살 수 있을까? 상식적인 얘기지만 주색에 빠지면 간이 나빠진다는 것은 옳다. 그러나 생간을 먹어서 간질환을 치료할 수는 없다. 생간에 간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들이 있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치료제로서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며 오히려 기생충 감염 등 부작용만 일으킬 위험이 높다.
그럼 사람이 간 없이 살 수 있는가? 위는 다 떼어내도 웬만큼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고 좌우에 두 개를 가지고 있는 폐, 신장은 하나를 떼어내도 살 수 있지만 간 없이는 살 수 없다. 간이식을 하는 동안 간이 없는 상태로 견디는 시간은 3시간 정도다. 이렇듯 간이 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간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5,000가지 이상의 중요한 기능들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은 우리 몸의 국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섭취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의 영양분이나 비타민 등은 필요한 만큼 사용되고 여유분은 저장된다. 간은 이 과정을 총괄하는 사령관의 역할을 한다. 또한 지방을 소회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담즙을 만들어 배출하는 것도 간의 역할이다. 약물, 호르몬 등의 물질들은 간에서의 대사과정을 거쳐 기능의 하게 되고 역할이 끝나면 소변이나 담즙의 형태로 배출된다.
간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는 해독작용이다.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거나 체내에서 독성 물질이 생성되었을 때 대사과정을 통해 해독시키는 기능을 한다. 국군이 외침으부터 나라를 지키듯 간은 우리 몸을 내·외부의 독성 물질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간염과 간암
간에 손상을 일으키는 많은 원인들이 처음에는 간염의 형태로 간질환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 간염을 유발하는 원인중 가장 심각한 것은 간염바이러스다. 병원에서 간염으로 진단받은 많은 환자들이 자기는 전혀 술을 먹지 않는데 어떻게 간이 나쁠 수 있냐고 의아해 하지만 실제 간염의 주범은 간염바이러스인 것이다.
간염바이러스는 A, B, C, D, E형이 있지만 만성 간염을 일으키는 것은 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다. 간염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급성 간염이 먼저 생기고 이중 B형의 10%, C형의 50% 정도에서 6개월 이상 간염이 지속되는 만성 간염으로 진행된다. 만성 간염의 반 정도가 간경변증(간경화)으로 진행되고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20-30년 동안 지속된 후 일부에서 간암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은 서로 다른 별개의 병이 아니라 하나의 원인에 의해 생긴 간질환이 진행되는 단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간암은 이러한 간질환의 최종적 단계이면서 가장 무서운 병이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들의 완치율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완치율이 낮은 것은 간암이 말기에 이르도록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말기에 진단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간암이외의 다른 암들은 암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을 따로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간암은 B형 혹은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해 만성 간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고위험군이므로 조기 진단을 위한 검진의 뚜렷한 대상이 된다. 고위험군에 대한 검진은 6개월마다의 간 초음파검사와 알파태아단백검사를 하면 되는데 검진에 의해 발견되는 조기 간암은 완치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정부에서는 우리나라에 흔한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을 대상으로 국가암검진사업을 시행해 왔으며 2003년부터는 간암도 추가해 실시하고 있다. 의료급여 대상자와 건강보험 대상자 중 소득이 적은 하위 30%에 속하는 40세 이상의 대상자들은 무료로 간염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할 수 있고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주기적인 검진까지도 제공하고 있으므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간은 한국 남성의 콤플렉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간질환의 비중이 크다. 2002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남성 사망원인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간질환, 교통사고의 순이다. 이중 간질환은 40대 남자에서 암에 이어 2번째 사망 원인이 되고 있다. 가정에서의 책임이 크고 한참 왕성한 사회활동을 할 나이에 간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간질환이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심각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B형 간염바이러스의 세계적인 유행지역이라는 점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 정도가 B형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때는 보유자가 10%에 이르렀으나 1983년에 시작된 백신 접종과 수혈에 의한 감염의 차단 등의 효과로 최근 5%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나 아직 불명예스럽게도 세계적인 B형 간염바이러스 유행국가로 분류된다.
간질환과 관련한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바람직하지 못한 음주문화에 있다.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셔야 남자답고 사회생활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대우하는 분위기가 문제다. 폭탄주를 계속 돌려 쓰러지는 사람이 생길때까지 술을 강권하는 음주문화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폭탄주를 10잔씩 마시고도 늠름한 사람도 있을 수 있는 반면 이 정도 마셔서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사람도 있다.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여 주량만큼 마시도록 하고 서로 대화하고 즐기는 음주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내 간의 건강지수는? - 간을 점검하는 방법
많은 사람들이 간 건강에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워낙 간환자들이 많고 어쩌다 직장에서 신체검사를 해보면 간기능 이상이 있다는 판정을 받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간질환이 여성들에게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간질환의 발생빈도는 남성에 비해 훨씬 적고 같은 간질환을 가진 경우에도 간암 등 심각한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적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할 정도로 병이 심각한 상태에서도 자각 증세가 없는 편이다. 심한 피로감, 소화불량 등이 간염 환자에서 주로 나타나는 증세지만 이런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간염환자가 아니므로 간염에 특징적인 증세는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증세가 생겨 병원을 찾기보다는 대체로 30세 이상의 성인이나 가족 중에 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일단 간에 대한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현명하다.
간에 대한 검진 시에는 의사의 진찰과 혈액검사, 간염바이러스 검사, 초음파검사 등이 포함되는데 사소한 이상이라고 여겨지더라도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여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중에는 GOT, GPT 같은 간기능검사의 결과에 매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간경변증에서는 수치가 오히려 간염의 경우보다 떨어지는 등 어느 한 가지 검사 결과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자가진단에 의존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내 간에 대해 챙겨야 할 사항들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는 않는가?
간을 점검하는데 가장 핵심사항은 B형 혹은 C형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하는 것이다. 이 사항은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데 흔히 항원이 있다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정확히는 B형 간염바이러스의 표면항원(HBsAg)이 양성이라면 B형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B형 간염바이러스 표면항체(HBsAb)가 양성이면 과거에 B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이 있었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면역기능이 작동하여 이겨냈거나 간염백신 접종에 의해 항체가 생긴 경우라 할 수 있다. C형 간염바이러스는 항원을 직접 검사하지 않고 항체를 검사하는데 C형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양성이라는 것이 B형에서와 같이 면역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C형 간염바이러스가 있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니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으면서 건강한 바이러스 보유자도 간혹 있을 수 있지만 만성 간염, 간경변증 등의 상태일 가능성이 크므로 주치의를 정해 치료를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유의사항은 검진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간질환 환자들이 장기간의 병원 출입에 염증을 느끼고 중간에 검진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정기검진은 간암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므로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건강한 내 간 지키기
건강한 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몇 가지 유의사항들을 잘 지켜야 한다.
B형 간염바이러스 예방접종을 한다
간염바이러스 검사에서 B형 간염바이러스 표면항원, 항체가 다 없는 사람들은 간염백신의 접종 대상이 된다. 아이들의 경우 출생 후 예방 접종계획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대로 접종하면 된다. 그러나 어머니가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인 경우는 분만하는 그 자리에서 즉시 백신과 면역글로부린 주사를 맞혀야 하므로 사전에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간염백신을 접종하면 간염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B형 간염에 대한 백신접종이 모든 간염에 대한 것은 아니며 접종을 하더라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백신접종을 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간염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는 생활 습관을 버린다
과거에는 주사, 수혈 등을 통해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1회용 주사기를 쓰고 수혈 시에 사전 점검을 하면서 이들 감염경로의 위험이 많이 줄어들었다. 요즘은 다른 사람의 체액과 접촉하는 경로로서 침, 문신, 면도기를 나누어 쓰는 일 등이 가능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최근 마약 중독자들에게서 간염바이러스 감염자가 증가하는 것은 이들이 일부러 한 주사기로 여러 사람이 나눠서 마약을 맞는 행태와 연관된다고 한다.
적절한 음주 습관을 가진다
간에 부담이 가지 않는 음주량은 어느 정도일까? 소주의 경우 남자 4잔, 여자 2잔, 맥주로는 남자 2,000 cc, 여자 1,000 cc 정도다. 여자의 경우 권장량이 남자의 절반인 것은 알코올 처리과정에 관여하는 위장의 알코올 디하이드로게네이즈 양이 남자의 절반 정도라서 알코올 처리 능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존재하므로 남자보다 술이 센 여성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권장량의 몇 배를 마시고도 멀쩡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술 마시는 양도 중요하지만 회수도 문제가 된다. 음주 회수는 일주일에 2회 이하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에 3-4일간의 휴식기를 주어 술로 인한 손상에서 회복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약물복용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모든 약이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별 생각 없이 복용하는 간단한 진통제도 장기 복용을 하거나 양이 지나치면 독성 간염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건강 관행중 하나는 무엇을 먹어 내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믿거나 병이 있는 경우 병원에서의 치료이외에 무엇인가를 먹어야 빨리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시중에 떠도는 민간처방 중에는 치료 효과가 없을 뿐 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해독을 책임지고 있는 간이 견뎌내지 못하고 독성 간염을 일으키면 정작 받아야 할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속수무책인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남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조언한 결과가 상대방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섣부른 조언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나오며
자신의 간 건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듯이 본인의 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것을 권한다. 지방간, 간염, 간경변증 등의 간질환이 있어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으며 가장 무서운 간암도 조기 발견되면 완치의 기회가 높다.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한다고 간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간이 알코올을 천천히 분해하는 신중한 성격을 가졌을 뿐이다. 술을 많이 먹을 수 있다고 무절제하게 마시는 사람들이 오히려 간을 망치는 경우가 더 많다.
간염바이러스에 대해 대비하고 적절한 음주 습관을 가지는 등 자신의 간 상태를 정확히 알고 관리하는 자세를 가지면 대한민국 남성들이 간 콤플렉스에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출처 : 김창민 박사/국립암센터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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